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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7 16:08
추석입니다.
가족들이 그립네요....
회원 여러분께서는 그리운 가족들 만나시고, 추석을 즐겁게 보내세요.
달릴 사람은 그래도 달리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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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주 옛날에 제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죠?
제 아버지와 숙부님은 월북하셨죠... 개다가 친가뿐 아니라 외가쪽까지 다....젠장..
두 분 형제는 서울태생이셨는데, 당시 보기드문 "대학졸업자"였습니다. 그것도 최고명문학부 졸업자들이죠.
지금이야 대졸자가 졷도 아니지만, 당시(1930~40년대)에는 온 동네를 다 뒤져도 몇명 있을까말까했습니다.
이들이 일제시대 때 무슨 일을 했는지는 좀 미스테리합니다...
아마도 공산당 산하 지하 독립운동 같은것을 지원했으리라 봅니다.
저희 아버지 집안은 시골에 땅도 많은 부자집이고, 형제도 많았습니다...
안동 김씨였는데, 그 동네에서는 아마 제일 힘이 쎈 종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 아버지와 숙부가 그 종가의 네째, 막내 도련님들이었던 것이죠.
6.25 전쟁이 났는데, 우리 가족들은 어린애들까지 다 데리고, 강원도 철원으로 향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거기에 "남로당 당사"가 있었더라구요.
근데....강원도가 완전 전선이었습니다. 푝격도 심했구요.
군바리들 왔다갔다하고....인민군과 국방군 다 봤습니다.
그 당시 나이 어린 저도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남들은 빨갱이 피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든가, 아니면 미군 폭격 피해서 한적한 시골로 간다거나했는데, 어떻게 우리는 피난하러 간 곳이 더 난장판인가????
아무튼 거기서 저희 가족들은 숨어있다가, 엄청난 폭격에 맞았습니다.
가족 중 몇명 죽고, 어머니 등등은 엄청난 화상을 입었죠.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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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버지, 숙부는 월북했구요. 처자들 다 버리고....(못만난건지, 뭔지는 저도 잘 몰라요. 당시 사정이 워낙 긴박해서...)
나중에 알아보니 전쟁후 남로당 축청때 다 숙청 당하신 것 같더라구요..
그렇게 애뜻하게 충성했는데 결국 비참하게 죽었다는 것이죠.
처자까지 다 희생시키고 넘어간 북한이라는 "유토피아"야말로 바로 인간백정이나 다름없는 놈들이 통치했던 곳이었죠.
그들은 세상물정 잘알고, 배운 사람들인데, 결국 너무나도 바보같은 짓거리를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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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고, 처자들은 남쪽에 남게되었는데요.....
화상까지 당하고, 졸지에 남편들까지 잃게된 비참한 꼴이었죠.
서울 집은 아작나고... 서울집에 가보니(적산가옥이었죠), 집은 이미 죽창을 휘두르는 험삼굳은 아저씨들(반공청년단)이 접수한 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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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아버지가 가르쳐주셨던 "빨갱이 노래"를 동요삼아 부르며 놀던 저의 손목을 잡고, 어머니는 주의를 주셨습니다.
"너 앞으로 빨갱이 노래하면 안된다"
그리고 우리는 시골의 종가로 내려갔죠. (말그대로 아흔아홉칸짜리...드라마에 나올법한 집이죠)
아무 영문도 모르는채 마당에서 놀던 나는 어머니에게 이끌려 그 날로 다시 서울에 올라옵니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그 시골의 당당한 안동 김씨 집안도 전쟁의 상처를 비켜나지 못했습니다.
빨갱이 자식들을 뒀다는 이유로 온갖 곤혹을 치뤘던 조부는 당신의 월북한 두 아들을 호적에서 정리했다고 하더라구요...
도데체 빨갱이 사상이 뭐길래.....부자사이를 영원히 갈라놓을 수가 있을까요?
정말 지독하게 독하고 독한 사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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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는 몇년후 재혼하셨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더 이상 "안동 김씨"가 아닌, 다른 성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새아버지 밑으로 들어갈 수 밖에는 없었죠
반공단들과 경찰의 시비를 몇년간 버티시던 어머니는 재혼하실 때, 자신의 이름을 버리셨습니다.
전쟁중에 돌아가신 새아버지의 마누라 호적을 그대로 쓰시기로 했던 것이죠.
당신께서는 항상 전처의 넋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제가 당신의 자리를 뺏았은 것은 아닙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종교에 심취하시게 되었죠. 몇년사이 "개독"이 되셨더라구요.
근데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개독"이 된것이 아니라 철저히 "개독" 흉내를 내셨더라구요.
전쟁과 빨갱이 사냥으로 남편과 잃었기에, 항상 극도로 조심해하시면서 당신께서는 철저한 "개독"으로 자신을 위장하시고 사셨습니다.